경매는 "싸게 파는 시장"이 아니라, 채권자가 돈을 회수하려고 법원을 거쳐 부동산을 파는 절차다.
구조를 먼저 잡아야 나머지가 보인다.

글의 목적

 이 글은 경매를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해 쓴다.
물건 고르는 법이 아니라, 경매라는 절차 자체가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를 한 장으로 그려보는 게 목적이다.
용어는 정확한 법률 표현과 쉬운 말을 같이 적는다.

0. 민사집행법의 구조

부동산 경매는 민사집행법을 근거로 이루어진다.
민사소송법이 ‘누가 어떤 권리를 갖는지 확정하는 법’이라면, 민사집행법은 ‘확정된 권리를 국가권력으로 실현하는 법’이다.

  • 제1편 총칙 제1조~제23조
  • 제2편 강제집행 제24조~제263조
  • 제3편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 제4편 보전처분 제276조~제312조 

1편 총칙에서는 집행법원과 집행관, 민사집행의 관할, 집행에 관한 이의, 즉시항고와 재항고, 송달과 공고, 집행비용, 담보의 제공과 취소, 집행기록 열람의 내용이 있다.
2편 강제집행에는 집행권원, 집행문, 잘못된 집행 구제방법, 금전채권에 기초한 강제집행, 비금전채권에 기초한 강제집행의 내용이 있다. 강제집행에는 강제 경매, 강제 관리가 있으나 우리 글에서는 강제집행만을 다룬다.
강제집행이 집행권원을 근거로 법원이 진행하는 과정이라면, 3편에서는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로 담보권을 근거로 진행하는 임의 경매에 대한 내용이 있다.
4편 보전처분에는 가압류, 가처분에 대한 내용이 있다.

 

 

1. 경매는 누가, 왜 신청할까

경매의 출발은 "돈을 못 받은 사람"이다. 채권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법원을 통해 채무자의 부동산을 강제로 파는 절차가 경매다. 
경매는 크게 둘로 나뉜다. 강제집행,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 두가지다.

  • 강제경매 — 판결문 같은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신청한다.

임의경매 — 근저당권 같은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담보권을 증명하는 서류를 붙여 신청한다(민사집행법 제264조). 담보권 실행 경매에도 부동산 강제경매 규정이 대부분 준용된다(민사집행법 제268조).

2. 입찰일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나

입찰일에 모든 게 처음 시작되는 게 아니다. 입찰자일 전에 법원은 이미 일을 진행한 상태다. 순서대로 보면 이렇다.

  • 경매개시결정과 동시에 부동산을 압류한다(민사집행법 제83조).
  • 배당요구종기를 첫 매각기일 이전으로 정한다(민사집행법 제84조). 
  • 집행관이 현장에 가서 부동산의 현상·점유관계·차임·보증금 등을 조사한다(민사집행법 제85조). → 현황조사서.
  • 감정인의 평가액을 참작해 최저매각가격을 정한다(민사집행법 제97조). → 감정평가서.
  • 매각기일·매각결정기일을 정하고, 매각물건명세서를 만든다(민사집행법 제104조·민사집행법 제105조).

그래서 입찰자는 "법원이 만들어 둔 자료를 읽고 들어가는 사람"이다. 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서·감정평가서는 매각기일 약 1주 전부터 법원에 비치되거나 전자공시된다. 참고로 "1주 전"이라는 구체적 기간의 근거는 민사집행규칙 제55조에 있다.(법 민사집행법 제105조 2항·민사집행법 제106조 7호는 비치 의무만 정한다). 

 

3. 감정가와 최저가, 그대로 믿어도 될까

경매를 시작할 때 이 두 숫자 때문에 자주 현혹된다.

감정가는 시세 보증서가 아니다. 법원은 감정인의 평가액을 "참작"해 최저매각가격을 정할 뿐이다(민사집행법 제97조). 절대가치를 보증한 금액이 아니라는 뜻이다. 평가 시점과 실제 입찰 시점 사이에 시세가 움직이고, 평가 방식에 따라 시세와 벌어지기도 한다.

최저가는 "싸다"는 뜻이 아니라 입찰을 시작하는 바닥선이다. 유찰될수록 내려가지만, 내려간 데에는 따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6번에서 다룬다).

이 두 숫자가 입찰가 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에, 법원이 만든 명세서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매각절차의 공정성 자체가 문제 된 사례도 있다(대법원 2010. 11. 30. 자 2010마1291 결정).

 

4. 경매 물건 안에 숨어 있는 사람들 — 이해관계인

낙찰은 빈 집을 사는 게 아니다. 한 물건에 채권자, 채무자, 소유자, 임차인, 배당요구자, 등기권리자, 그리고 입찰자가 얽혀 있다.

법은 누가 "이해관계인"인지 따로 정해 둔다. 압류채권자, 집행력 있는 정본으로 배당요구한 채권자, 채무자와 소유자, 등기부상 권리자, 그리고 부동산 위의 권리를 증명한 사람이 이해관계인이다(민사집행법 제90조).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낙찰은 곧 "기존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에 들어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누가 돈을 받고 누가 나가야 하는지가 권리분석의 출발점이 된다.

 

5. 낙찰 뒤에도 남는 권리 — 소멸과 인수

경매 최대의 리스크. 낙찰로 깨끗하게 사라지는 권리도 있지만, 매수인이 그대로 떠안는 권리도 있다.

저당권은 매각으로 소멸한다. 반면 일정한 지상권·지역권·전세권·등기된 임차권은 매수인이 인수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91조). 매수인은 매각대금을 전부 납부한 시점에 소유권을 취득하고, 대금 납부 후 6개월 안에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 다만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으로 점유하는 사람은 인도명령 대상에서 빠진다(민사집행법 제135조·민사집행법 제136조).

주택은 인도와 전입신고를 갖춘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긴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

6. 왜 어떤 물건은 계속 유찰될까

계속 유찰되는 물건은 "싸서 좋은" 거나 "위험해서 포기해야하는" 게 아니라, 시장 참여자가 불편해하는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수되는 권리가 있으면 그만큼 가격에 반영된다(민사집행법 제91조). 배당요구 여부에 따라 매수인이 떠안을 부담이 바뀌고, 종기 이후에는 철회가 제한된다(민사집행법 제88조). 명세서에는 점유자·점유권원·보증금·매각으로 효력을 잃지 않는 권리가 적힌다(민사집행법 제105조).

즉 유찰의 진짜 사유는 가격보다 정보와 리스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명세서의 중대한 하자가 매수희망자의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2010마1291).

 

7. 경매에서 돈이 생기는 진짜 자리

내가 생각하는 경매가 돈이 되는 구조는 두가지다.
첫번째 각종 대출, 세금 등 규제 때문에 우리 보다 자본이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사려는 것에 들어올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자본을 가진 사람들과만 경쟁하면 된다.
둘째로 경매 수익은 단순히 "낙찰받았다"에서 오지 않는다. 법적 리스크와 저평가된 부동산의 가치를, 내가 해석하고 해결할 때 생긴다.

그래서 핵심은 소멸·인수 판단(민사집행법 제91조)과 임차인 분석이다. 대항력, 우선변제권,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가 임차인 분석의 뼈대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배당받을 채권자의 범위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민사집행법 제148조).

임차인 분석은 전입일자 암기가 아니라 "점유와 공시"의 문제다. 실제 거주하는 직접점유자의 주민등록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판례가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5645 판결).

 

8. 경매를 시작할 때 먼저 외워야 할 위험 신호

경매를 시작하면 수익률이 높은 물건보다 사고 나는 물건을 먼저 알아야 한다. 아래는 대표적인 리스크다. 여기서는 이름과 한 줄 소개만 하고 각각의 내용은 차후에 작성하도록 한다.

  • 유치권 — 점유로 성립하고 매수인이 인수할 수 있다(민법 제320조).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정해진 뒤라도 유치권 성립 여지가 명백히 없지 않으면 매각불허가될 수 있다(대법원 2008. 6. 17. 자 2008마459 결정).
  • 법정지상권 — 토지·건물 소유자가 갈리면서 생기는 인수 리스크(민법 제366조).
  • 주위토지통행권 — 맹지·통행 분쟁(민법 제219조).
  • 위반건축물 —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건축법 제79조·건축법 제80조).
  • 농지취득자격증명 — 농지는 자격증명이 없으면 낙찰받아도 소유권 이전이 막힌다(농지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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